가르쳐야 할 때 혼내면 미움만 남는다.
가르쳐야 할 때 혼내면 미움만 남는다.
요즘 젊은 아빠들은 공동육아에 관심이 많다. 한 세대 전에 부모들(내 부모)만 보아도, 암묵적으로 자신들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월 화 수 목 금 토를 출근(불과 20년 전이다.)하며, 집에 돈을 벌어 오는 분, 어머니는 집 안일을 하며, 아이를 양육하는 분.
그렇기에 불과 한 세대 만에 젊은 아빠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동육아에 힘쓰는 모습이, 나는 참 새롭게 느껴진다.
나도 육아에 관심이 많다. 어떻게 보면, 육아에 관심이 많다기보다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사람 중에서 가장 1 순위는 아이들이다. 저 아이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할까.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까. 그리고, 나는 이때 어떻게 반응을 해줘야 할까. 이런 것들에 나는 관심이 많다.
10년 전쯤, 아내가 임신을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이 심리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지금은 너무 유명해진 오은영 박사의 칼럼이었다. 당시에도 오은영 박사는 이 세계(아동 심리) 유명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아는 사람만 아는 유명인이었다.
오은영 박사의 칼럼 제목이 참 자극적이다. 작정하고 쓴 칼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날이 서있는 글이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다시 이 칼럼을 읽어 보았고, 실제 아이를 키우면 느꼈던 생각들을 적어본다.
예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학기 초다. 아이가 알림장을 적어 오지 않았다. 엄마는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가르쳤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세 번, 드디어 엄마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왔다. 각을 잡고 아이와 대화를 시도한다. “앞으로 딱 세 번만 봐줄 거야. 세 번 이후에는 ‘자’로 한 대씩 맞는 거야” 엄마가 이렇게까지 아이에게 이야기했건만, 아이는 그 세 번을 넘어버렸다. “자! 손 대!”
그러고는 오은영 박사의 상담(혹은 이 상황에 대한 평가)가 이어진다. 아이들이 부모의 행동 중에서 가장 싫은 것을 물어보면, 혼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 부모들에 왜 아이를 혼내는지 물으면, 부모는 하소연을 한다. “아니, 아이가 잘못했는데, 가만둡니까? 제때에 가르쳐야죠.”
이어 오은영 박사가 이야기한다. "아, 가르친 거네요. 그럼 가르쳐야지 왜 혼내세요?"
수년 전 이 글을 읽으며, 이 부분에서 나는 적지 않게 놀랐다. 정말 ‘오.. 오..’하는 소리를 냈다. ‘이거 뭐야.. 어, 뭐야?’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다행인지, 어쩐지. 내가 성장하면서는 나는 집에서 혼난 기억이 많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학교에서 또는 군대에서, 또는 회사에서 나는 이렇게 양육을 받아왔다. 한 두 번, 잘못은 봐준다. 그러나 실수가 반복되면, 마음으로 견디기 힘든 모욕감을 느끼는 체벌 혹은, 비난을 받는다.
그랬구나, 나에게 체벌을 주던 그들(학교 선생님, 혹은 직장 선배)도 몰랐던 거구나.
다시 칼럼으로 돌아오면, 오은영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부모들은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혼내고 야단치는 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뭔가를 가르칠 목적이라면 혼내고 야단쳐서는 안 된다.’
가르친다는 것은, 아이의 입장에서 뭔가를 새롭게 배우는 일이다. 배운 다는 것은 뇌에 정보가 여러 번 저장되고, 지워졌다를 반복하며 익히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배우는 과정(칼럼에서는 정보가 응축되는 과정이라고 표현해 두었더라.)에서의 경험이라고 한다. 그 경험이 즐거워야(혹 좋아야) 정보가 잘 저장된다고 한다. 뇌에서는 공포, 두려움, 불암 등이 강하면, 지식이나 정보가 잘 저장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뭔가를 배울 때 계속 혼이 나면 제대로 배워지지 않는다고 한다.(그래, 그래서 내가 학교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완벽한 핑계를 찾은 느낌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잘 되라고, 혼을 냈다고 하지만, 아이의 마음에는 그때의 감정만 남는다. 가르쳐야 할 때, 혼을 내면 아이의 마음에는 미움만 남는다는 말이 이 말이었다. 아이는 부모가 나에게 잘 되라고 혼낸다고 기억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나를 미워한다는 ‘미움’만 새겨진다.
그리고, 여기서 부모들을 향한 오은영 박사의 날이 선 가르침이 나온다. 매섭고, 아프다.
오은영 박사의 이야기다.
‘부모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딱 세 번은 참을 거야. 그다음에는 혼날 줄 알아.
나는 이런 부모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의 미숙함을 세번 만에 고칠 수 있습니까?
어른도 못하는 일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이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오. 이런 나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했구나.)
수년 전 이 글을 읽으며, ‘나도 이런 어른이었구나. 부끄럽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남의 실수나, 미숙함을 보면 혼내고 야단칠 일이 아니구나.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지, 구체적으로 가르쳐주면 된다.
이 블로그 글을 쓰며, 이 칼럼을 다시 찾아 읽었다. 그리고, 나에게 다시 물어본다. 나는 지금 이런 어른으로 살고 있나요? 이런 아버지로 살고 있나요?
나는 아직 아닌 것 같다. 어렵다. 그러나, 내가 나 자신을 자책이란 감정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이제부터는 가르쳐야 할 때, 가르치면 되는 일 같다.
나도 육아와 조직에서 이끄는 역할을 경험해 보니, 오은영 박사의 ‘가르쳐야 할 때 혼내면 미움만 남는다.’라는 말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오해하면 안 될 것이 있다. 오은영 박사의 이 말이 혼내는 행위는 모두 잘못된 것이고, 혼내는 부모는 다 나쁜 부모라는 말이 아닌 것 같다.
지금이 가르쳐야 할 때인지, 혼낼 때인지를 분별하라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실수했을 때 - 가르쳐야 함
나쁜 일을 했을 때 - 혼내야 함
아직은 어렵지만, 나는 이렇게 구분하고 있다. 때를 잘 분별하자. 우리 부모들도 훈련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힘내라고 누군가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도 부모 역할이 처음이기에 말이다.
힘내세요.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빠들.
위플레쉬 메인 예고편
https://youtu.be/Qsbu5Phz6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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