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네 집, 전몽각
윤미네 집, 전몽각
‘당신의 생애를 마무리 할 때, 당신은 어떤 기억 하나만 가져갈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입니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원더풀 라이프(1988)>가 던지는 질문이다. 나는 먼저 가족이 생각이 났다. 그러고는 다른 생각은 나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의 찬란함, 커가는 아이들을 보는 기쁨, 때로는 속상함과 눈물들. 이 모든 것이 소중한 추억이 되어있다.
‘윤미네 집, 윤미가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라는 제목이 달려있는 책을 나는 좋아한다. 이 책은 사진집이다. 그리고 작가는 윤미의 아버지 고 전몽각 선생이다. 고 전몽각 선생은 전문 작가가 아니다. 세 아이의 아버지로,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아온 그의 인생을 남김 기록인 것이다.
사진집은 윤미가 태어나던 날의 기록으로 시작을 한다. 그리고, 딸이 결혼을 해서 타국으로 떠나가면, 사진집은 마무리가 된다.
■ 전반부
아이가 태어나 성장하는 유년기의 기록이다. 윤미의 유년 시절 사진을 보는 동안 나도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윤미의 유년 시절을 통해, 내 아이의 유년 시절이 떠올랐다. 참 행복한 기억이다. 그리고, 내 유년 시절을 지켜보던, 지금은 많이 늙어버린 내 부모님이 생각이 났다.
바쁘게 살아온 당신의 젊음에
의미를 더해줄 아이가 생기고
그날에 찍었던 가족 사진속에
설레는 웃음은 빛바래 가지만
어른이 되어서 현실에 던져진
나는 철이없는 아들이 되어서
이곳저곳에서 깨지고 또 일어서다
외로운 어느날 꺼내본 사진속
아빠를 닮아있네
내 젊은 어느새 기울어 갈때쯤
그제야 보이는 당신의 날들이
가족사진속에 미소띤 젊은 아가씨에
꽃피던 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들을 내가 깨끗히 모아서
당신의 웃음 꽃 피우길
가족사진 / 김진호 작사,노래
아버지의 자리는 크다. 김진호 가수의 기억 속에서도, 윤미네 집이란 사진집 속에서도, 내 추억 속에서도. 아버지의 자리는 크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작가의 아쉬움이 적혀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그토록 천진했던 분위기도 차츰 사라지고, 아이들이 카메라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사진 찍기가 어려워졌다.’
아이들은 자라서 부모의 품에서 친구들에게 그리고 사회 속으로 들어간다. 부모는 그런 자식이 대견하지만, 귀여운 아이들이 너무 일찍 커버리는 것이 아쉽다. 그 감정을 너무 알기에, 이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책 첫 장에 이렇게 쓰여있다. ‘윤미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제 짝을 따라 미국으로 떠났다. 나는 그때부터 하늘을 바라보는 못된 습성이 생겼다. 하늘엔 웬 비행기가 그렇게 뜨고, 또 내리는지.’ 안다. 안다. 이 아버지의 마음을.
■ 중반부
윤미는 많이 컸고, 유년 시절처럼 해맑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랑스럽다. 전몽각 작가가 딸이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데 한 하루만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게 해달라고 하여, 허락을 받는 모습이 애처롭다. 이 아버지의 마음도 너무 알 것 같다.
■ 후반부
윤미는 미국으로 떠났고, 전몽각 작가는 암으로 죽었다. 암 투병 중에도 자신의 사명처럼, 부인에 대한 사진집을 정했다. 낡은 필름들을 정리하며, 작가는 행복했을 것 같다. 생애 가장 따뜻하고 빛나는 날들을 다시 떠올리며, 작가는 암 투병 중에서 아름다운 기억으로 투병 생활을 지냈을 것 같다.
이 책에는 100장 가까운 사진이 나온다. 그러나, 아버지로서의 작가 사진은 가장 마지막에 한 장만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사진 속에 아버지는 없지만, 가족이 있는 그 모든 순간에 아버지가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전몽각 작가가 윤미와 웃고 있는 마지막 사진과 린다 매카트니의 유명한 사진과 참 많이 닮아있다. 그것은 가족 사진은 그 가족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기록한 위대한 순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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